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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원인부터 책임까지”… 법공학기술연구소, 국가 안전 연구 거점으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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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국교통대학교
- 전문성 있는 감정·시뮬레이션을 통한… 과학적 사고 원인과 책임 규명
- 국과수 출신 자타가 공인하는 법공학분야 실전형 전문가 김의수 소장
- 객관적 진실 추구”… 억울함과 고통 없는 안전한 사회를 향해
국립한국교통대 법공학기술연구소 김의수 소장
국립한국교통대 법공학기술연구소 김의수 소장


사고는 더 이상 ‘우연’이나 ‘불운’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첨단 기술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 사고는 복잡한 구조와 조건이 얽힌 결과로 나타난다. 원인을 밝히는 일은 곧 책임을 가르는 일이 됐고, 그 기준은 점점 더 정밀해지고 있다.

특히 산업 현장뿐 아니라 일상 공간에서도 사고의 양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소규모 설비 사고부터 대형 재난까지, 사고의 규모와 영향 범위가 확대되면서 사회적 파장 역시 커지는 추세다. 사고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장기화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는 사고 원인에 대한 해석이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여기에 사회적 관심과 정보 공개 확대까지 더해지면서 사고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단순한 결과 설명이 아니라, 과정과 책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 이후 산업 현장에서의 사고는 ‘왜 발생했는가’를 넘어 ‘누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로 논쟁의 중심이 이동했다. 감에 의존한 판단이 아니라, 재현 가능하고 검증 가능한 데이터가 법적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사고의 원인을 과학으로 해석하고 법적 판단으로 연결하는 분야가 있다. ‘법공학(Forensic Engineering)’이다. 단순한 기술 분석을 넘어 사회적 신뢰를 뒷받침하는 역할까지 요구받고 있다.

국립한국교통대학교 법공학기술연구소는 이 분야에서 사고 분석과 법적 책임 규명을 잇는 국내 대표 연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 복잡해진 사고… 법공학이 답하다



사고의 유형은 익숙하지만, 그 내부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해졌다.

과거에는 단일 원인으로 설명되던 사고가 이제는 설계 결함, 시공 문제, 관리 부실, 환경 요인 등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 사고’로 나타난다.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스마트 인프라 확산은 사고 구조를 더욱 다층적으로 만들고 있다.

특히 동일한 사고 유형이라도 발생 환경과 조건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험이나 직관만으로는 사고 원인을 설명하기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데이터 기반 분석과 재현 기술의 필요성이 커지는 배경이다.

법공학은 이러한 사고를 공학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법적 책임 판단에 적용하는 분야다. 단순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일어났고 누구의 책임인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데 목적이 있다.

법공학기술연구소는 사고 원인 분석과 재현, 법원 감정, 기술 자문을 수행하며 현장 중심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기계 설비 결함부터 화재·폭발, 구조물 붕괴, 교통사고, 인체 손상까지 연구 영역도 광범위하다.

■ 판결을 바꾸는 데이터



이 연구소가 수행한 법원 감정은 약 1,000건에 이른다.

로펌과 보험사, 제조사, 개인 등 이해관계가 얽힌 분쟁에서 객관적 분석을 제공하며 재판 과정에 참여해왔다. 감정 결과는 판결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자료로 활용된다.

법원 감정에서 중요한 것은 ‘결론’이 아니라 ‘과정’이다. 동일한 조건에서 누구나 같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야 하고, 논리적 모순이 없어야 한다. 연구소는 축적된 데이터와 사례를 기반으로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는 분석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건일수록, 객관적 데이터와 재현 가능한 분석은 분쟁 해결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 법공학 감정이 ‘설명’이 아닌 ‘증거’로 기능하는 이유다.

또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소방, 보험사 등이 작성한 감식보고서를 공학적으로 재검토해 기존 분석의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이는 단순한 오류 검증이 아니라, 사고 해석의 정밀도를 높이는 과정이다.

■ ‘보이지 않는 순간’을 재현하다



법공학기술연구소는 3D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해 그 순간을 다시 구성한다. 구조물 붕괴 과정, 화재 확산 경로, 차량 충돌 시 충격 분산, 인체 손상 발생 과정 등을 3차원 환경에서 시간 흐름에 따라 재현한다.

이 기술의 강점은 ‘가정’을 검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특정 조건이 달라졌다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지를 시나리오별로 비교할 수 있다.

나아가 동일 사고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들이 제기될 경우, 각 시나리오를 정량적으로 비교해 어떤 설명이 더 설득력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실험이 불가능한 대형 사고나 인체 피해 분석에도 적용 가능해, 법적 분쟁에서 중요한 판단 근거로 활용된다. 눈에 보이지 않던 사고의 구조를 ‘설명 가능한 데이터’로 바꾸는 과정이다.

■ “가족을 잃은 사고”… 연구의 시작



김의수 소장이 법공학의 길을 선택한 배경에는 개인적 비극이 있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91년, 태풍 ‘글래디스’로 인한 산사태로 어머니를 잃었다. 당시 사고는 자연재해로 받아들여졌지만, 가족은 그것이 관리 부실에서 비롯된 ‘인재’일 수 있다는 의문을 품었다.

김 소장은 “사고 이후 수재민으로 생활하며 국가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그 경험이 재난과 안전, 그리고 책임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경찰과학수사관 재난·안전사고 감식역량 과정’ 을 듣고있는 전국 경찰과학수사관
‘경찰과학수사관 재난·안전사고 감식역량 과정’ 을 듣고있는 전국 경찰과학수사관

■ “감정서 한 줄이 인생을 바꾼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재직 시절 그는 또 다른 현실을 마주했다.

“감정 결과 하나로 형사·민사 책임이 결정되고, 개인의 삶과 기업의 존폐까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그는 보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 법학을 공부했고, 해외 사례를 통해 법공학이 이미 독립된 학문으로 자리 잡았음을 확인했다. 이후 국내에서도 이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중앙대학교에 관련 과목을 개설하고, 연구 기반 구축에 참여했으며, 이러한 흐름은 2013년 국과수 내 법공학부 신설로 이어졌다.

■ 분석을 넘어 예방으로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제도 개선과 정책에 반영해 같은 사고를 줄이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 법공학기술연구소가 예방 중심 연구에 힘을 쏟는 이유다.

경찰청과 국방부, 행정안전부 등과 협력해 재난·안전 교육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실무형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김 소장은 “재난 사고는 특정 개인의 책임으로 귀결되기 쉽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공정한 판단이 이뤄지도록 돕는 것이 법공학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억울한 피해를 줄이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 사고를 넘어, ‘안전의 기준’으로



사고의 원인을 밝히는 일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 결과가 다시 예방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사회의 안전 수준은 높아진다.

특히 사고 데이터가 축적되고 분석 체계가 정교해질수록, 산업 전반의 안전 기준 역시 함께 진화할 수 있다. 법공학이 단순한 분석 기술을 넘어 ‘사회적 기준’을 만드는 역할로 확장되는 이유다.

나아가 이러한 기준은 기업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고, 현장의 안전 투자를 유도하는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 사고 분석이 곧 예방 정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셈이다.

국립한국교통대 법공학기술연구소는 사고의 원인을 과학으로 규명하고, 그 결과를 안전 기준으로 축적해 나가고 있다. 사고 이후를 해석하는 기술에서, 사고를 줄이는 기준으로 법공학은 지금 그 경계를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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