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을 옥죄는 윤석열의 '칼잡이'가 2년전 여름에 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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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가족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바라보는 대우건설 내부고발자 윤 모 전 차장(51)의 마음은 편치 않다. 그는 2014년 수원 광교현장에서 발생한 타워 크레인 붕괴사고 당시 대우건설 본사 차원에서 벌인 조직적인 금품로비를 2년전 검찰에 고발한바 있다. 윤 전 차장은 현장소장이 본사와 협의해 작성한 로비 문건을 증거로 제출했다. 문건에는 경찰과 노동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업안전보건공단 등 산재사망 사고 처리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기관별로 로비담당자들의 이름이 빼곡히 기재돼 있었다. 윤 전차장은 문건에 나온 로비계획이 실행에 옮겨졌음을 보여주기 위해 로비스트 오모씨와 통화내용이 담긴 녹취록도 증거로 제출했다. 녹취록에는 타워크레인 운전사가 처참하게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직후 오씨가 대우건설 전무의 부탁을 받고 경무관들을 찾아가 잘 봐달라고 부탁한 과정이 자세히 나와 있었다.
윤 전 차장이 고발한 사건은 수원지검 특수부에서 배당됐고 당시 수사책임자는 송경호 특수부장이었다. 하지만 송부장은 수사에 착수한지 6개월 만에 대우건설 본사차원의 개입은 확인하지 못했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그는 그 직후 2017년8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7월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승진해 현재 조국 후보자 가족에 대한 수사를 총괄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신임하는 최고의 ‘칼잡이’로 승승장구해 살아있는 권력을 상대로 칼끝을 겨누고 있는 그가 2년전 대우건설 산재은폐 수사는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 한번 제대로 못하고 왜 그렇게 허무하게 접었을까.
두 사건은 중대한 차이점이 있었다. 조 후보자 사건과 달리 대우건설 산재은폐수사는 파다 보면 칼끝이 2014년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 당시 벌금 500만원에 하청업체만 솜방망이 처벌하고 원청에 면죄부를 준 검찰조직 내부의 치부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윤석열호의 최고 칼잡이도 ‘정권실세’ 보다 ‘검찰가족’으로 통하는 조직이기주의가 더 넘기 힘든 벽이었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4일 경향신문 기자와 만난 윤 전 차장은 “지금 조국 후보자 가족에 대해 검찰이 보여주고 있는 수사의지의 10분1만 쏟아 부었어도 대우건설의 산재은폐를 공모한 검찰내부의 ‘보이지 않는 얼굴’들의 민낯이 낱낱이 드러났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2년전 윤 전차장이 수원지검 특수부에 제출한 증거들은 대우건설이 2014년5월 수원광교현장에서 발생한 타워크레인 붕괴사고 직후 경찰과 노동부 근로감독관을 어떻게 주물렀는지가 상세히 나와 있다. 수사 검사입장에서는 로비동선을 따라 경찰과 근로감독관을 차례로 불러서 조사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대우건설의 로비동선을 따라 가다 보면 최종적으로 동료 검사들을 건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대우건설에 대한 불기소 결정을 통해 로비의 마지막 그림을 완성시켜준 것은 경찰과 근로감독관 수사를 지휘했던 수원지검 소속 검사들이었기 때문이다.
윤 전 차장에 따르면 2014년 5월 사고 당시 대우건설의 로비 목적은 사건을 타워 크레인 기기결함을 방치한 중대한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아니라 운전자 조종실수에 의한 단순한 산재로 둔갑시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대우건설 로비스트 오씨는 2014년6월 윤 전 차장과 함께 평소 가깝게 지내던 경찰청 본청 소속의 ㄱ 경무관을 찾아갔다. ㄱ경무관은 당시 세월호 사건으로 인천경찰청에 파견근무중이었다. 윤 전 차장은 인천의 한 횟집에서 ㄱ 경무관을 만나기전 임모 현장소장 지시로 마련한 현금 200만원을 봉투에 담아 오씨에게 건넸다. ㄱ경무관은 부하직원들 4~5명을 데리고 나타나 식사를 한 후 오씨와 함께 별도 차량으로 이동했다. 윤 전 차장은 “오씨가 식사후 ㄱ경무관을 자신의 아내 소유 아우디차량에 태워 바래다준 뒤 ‘ㄱ경무관이 돈을 안 받으려고 했지만 잘 전달했다’는 전화를 걸어왔다”고 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오씨는 타워크레인 붕괴사고를 수사를 관할하던 수원남부경찰서장(ㄴ경무관)을 서장실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그 전까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ㄱ경무관이 오씨의 청탁을 받고 ㄴ경무관을 중간에서 소개해줬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ㄴ경무관은 오씨를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당시 부하직원들에게 ‘어떤 부당한 지시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오씨가 ㄴ 경무관을 면담하고 온 후 수원남부경찰서의 수사는 이상하게 흘러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사고원인을 조종사의 운전과실 보다는 기계결함에 무게를 둔 조사결과를 제출했으나 경찰은 노동부 산하기관인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조사결과를 따라갔다. 당시 산업안전보건공단은 국과수와 달리 사고원인을 운전사 과실에 초점을 맞췄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재해조사 담당자는 대우건설 로비문건에 등장하는 인물과 일치했다.
대우건설이 타워 크레인 붕괴 사고후 사고 조사기관을 상대로 로비를 벌기 위해 작성한 대관 대응 문건.
경찰로비와 별개로 근로감독관을 상대로 한 금품로비는 윤 전 차장이 맡았다.
윤 전 차장은 2014년7월말과 8월초 “회사가 처벌받지 않도록 도와달라”며 2차례에 걸쳐 1400만원을 근로감독관에 전달했다. 윤전 차장에 따르면 2번째로 전달한 뇌물 1000만원은 임모 현장소장이 사고 크레인 임대회사(00공영)에 요구해서 받아낸 돈이다. 윤 전 차장은 “현장소장이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노동부를 막아라. 00공영에서 돈을 보내줄 것’이라고 했고 실제 며칠 후 00공영 전무 이름으로 1000만원이 입금됐다”고 했다. 대우건설의 근로감독관에 대한 로비는 주효했다.
근로감독관은 2014년9월 작성한 조사보고서에서 사고원인을 운전사 과실로 몰고 갔다. 근로감독관의 보고서는 산업안전보고공단의 재해조사보고를 기초로 작성됐다. 공단과 근로감독관 모두 기기결함보다는 타워 크레인 운전사가 실수로 레버를 건드리면서 크레인 지브(팔뚝모양의 회전대)가 갑작스럽게 회전을 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몰아간 것이다.
근로감독관은 2015년2월 최종적으로 검찰의 3차례 지휘를 거쳐 사건을 송치했다. 근로감독관의 최종결론은 기기 결함이 아니라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아 발생한 산재였다. 검찰은 노동부 조사결과를 기초로 2015년3월 대우건설과 현장소장 임모씨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혐의 전부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3일후 수원남부경찰서는 기다렸다는 듯 국과수 조사결과를 무시하고 노동부의 결론에 맞춰 사건을 송치했고 검찰은 업무상과실치사죄 마저 불기소결정을 내렸다.
당시 국과수에서 사고 조사를 담당했던 김의수 한국교통대 교수는 “사고 크레인은 레버를 살짝만 건드려도 브레이크가 풀렸고 운전자가 손을 떼는 순간 레버가 자동으로 중립으로 되돌아가는 기능도 작동되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경찰이 국과수 조사결과에 주목했다면 원청사인 대우건설이 크레인 기기결함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기기 결함을 알고도 방치했는지 조사를 진행했어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수사기록 어디에도 국과수 조사결과를 언급한 대목은 없었다. 한마디로 노동부가 산재은폐에 앞장서고경찰은 국과수 대신 뇌물을 받은 근로감독관의 조사결과를 베껴서 대우건설에 완전 면죄부가 나오도록 도와준 셈이다.
사고 타워크레인의 조종 레버 뒷면. 운전자가 손을 떼면 스프링 탄성에 의해 레버가 홈에 정확히 들어가면서 중립으로 복귀(아래 사진)해야 하지만 사고 크레인의 조종 레버는 중립으로 복귀되지 않고 어정쩡하게 중간에 걸쳐지는(위 사진) 결함을 갖고 있다. 제보자 제공
하지만 만약 검찰이 국과수 조사결과를 기초로 노동부와 경찰에 재지휘를 내리고 산업안전법상 원청사에 부과된 산재예방 의무 이행여부를 추궁했다면 대우건설의 로비는 성공할 수 없었다. 이점에서 대우건설이 과연 검찰을 상대로 아무런 손을 쓰지 않고 노동부와 경찰상대로만 로비를 했을지 의문이다.
산재사망 사고를 수사해본 경험이 있는 한 중견 검사는 “통상 산업재해 경우 노동청과 경찰은 검사 1명이 지휘하고 기소여부를 결정하는데 이 사건은 왜 검사가 따로 배당됐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직검사도 잘 모르는 이유를 꿰뚫어 보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대우건설과 계약을 맺고 수원 광교 현장에서 타워 크레인 설치·해체 작업을 하던 00공영 전무다. 그는 2015년초 대우건설 윤 전 차장과 통화에서 사건 수사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귀띔해줬다.
“내가 (수원남부경찰서)형사팀장하고 통화하고 검사하고도 세 번 통화했거든. 검사가 원래는 산업안전하고 업무상치사상하고 병합 처리하려 했는데 따로 가는 게 빠르다고 했어. 문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수사하면서 어디에 포커스를 맞추냐는 것인데 노동부는 망자(운전자)한테 (과실이 있다고 몰고)갈 것 아니냐고”
00공영 전무에 따르면 검찰은 노동부가 사고원인을 운전사 과실로 몰고가 산업안전법위반 혐의에 대해 먼저 불기소를 하고 거기에 맞춰 업무상과실치사죄도 불기소처리하는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이렇게 사건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생각해보면 2014년6월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나온 재해조사보고서와 달리 2014년7월 국과수 보고서가 기기결함을 가능성일 지적했기 때문이다. 두 기관이 동일하게 사고원인을 운전사 과실로 판단했다면 굳이 먼저 노동부가 총대를 메도록 할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사고 트레인은 사고 전날을 포함, 3차례나 설치·해체 팀들이 기기 결함을 이유로 작업을 포기한 이력을 갖고 있었다. 당시 작업인부들은 “사고 트레인은 균형을 잡는 롤러가 유격이 심해 자꾸 한쪽으로 기울어져 생명의 위협을 느껴서 작업을 포기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의 증언이 맞는다면 대우건설이 공기단축을 위해 다른 작업인부들이 생명의 위협을 호소할 정도로 불안한 타워 크레인을 적절한 수리 없이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하다 사고를 일으킨 셈이다. 하지만 노동부와 경찰, 검찰 어디도 대우건설을 상대로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책임을 물으려 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대우건설의 금품로비는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대우건설의 산재은폐를 파헤칠 기회는 찾아왔다. 2014년5월 타워 크레인 붕괴사고 당시 로비에 동원됐던 윤 전 차장이 회사에서 퇴직한 후 2017년초 경향신문을 찾아와 대우건설의 산재은폐 전모를 털어놓은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애당초 수사의지가 없었다. 경향신문이 2017년4월 윤 전차장의 내부고발 내용과 함께 ‘검찰, 대우건설 경무관 금품로비 기록 검토하겠다’(2017년4월13일)는 보도를 하자 당시 수원지검 특수부 송경호 부장검사로부터 문자가 왔다.
“강 기자님. 사건기록과 보도내용을 잘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을 뿐입니다. ‘진상파악 주목하고 있다’등등은 사실과 다르니 수정해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언론취재에도 같은 취지로 설명하겠습니다”
윤 전 차장은 검찰의 수사의지가 보이지 않자 사고당시 자신에게 금품로비를 지시한 현장소장 임모씨와 로비스트 오모씨를 2017년8월초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3자 대질조사에서 로비스트 오씨는 현장소장에게 200만원을 달라고 요구한 후 윤 전 차장과 함께 ㄱ 경무관을 찾아간 사실을 인정했다. 반면 현장소장은 오씨 자체를 처음 보고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잡아뗐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는 뻔했다. 하지만 담당 검사는 현장소장을 상대로 아무런 추궁을 하지 않았다. 윤 전차장이 현장소장 지시로 크레인 임대업체로부터 1000만원을 받아 근로감독관에게 뇌물을 전달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은 현장소장이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았는데도 윤 전차장이 스스로 협력업체로부터 돈을 받아 근로감독관에 뇌물을 전달한 것으로 몰고 갔다. 윤 전 차장은 “처벌을 받을 사람은 현장소장인데 내가 스스로 뇌물을 마련해서 전달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항변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검찰이 수사가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 경향신문은 송경호 특수부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송부장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면 문자를 달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현장소장은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산안법상 피의자임에도 왜 뇌물을 전달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느냐’ ‘현장소장이 오씨를 모른다는 게 말이 되냐’고 했다. 송부장은 “정리해서 답을 주겠다”고 했지만 답변이 오기까지는 이틀이 걸렸다. 송부장 해명은 특수부에서 잔뼈가 굵은 검사로서 너무나 군색해보였다.
“오씨는 경찰 로비명복으로 200만원을 수수했지만 생활비로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실제 로비여부를 입증할 증거가 없습니다. 현장소장과 오씨, 윤 전 차장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대우본사가 산재 은폐를 지시했다는 사실을 수사할 단서가 없습니다”
경향신문은 곧바로 송부장의 해명을 반박했다.
“대우건설 본사 차원의 은폐지시를 수사할 단서가 없다고 했는데 크레인 붕괴사고 직후 로비문건을 어디에서 누구 지시로 작성했는지 확인했습니까. 오씨의 실제 로비 여부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했는데 오씨가 ㄱ경무관을 만나고 온 후 일면식도 없는 관할 경찰서 서장을 만나 사건처리와 관련해 대화를 한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습니까”
결국 송 부장도 더 이상 대우건설 본사 차원의 금품로비를 단정적으로 부인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듯 했다.
“대우건설 본사가 관여한 정황을 확인하지는 못했다는 것이지 관여하지 않았다고 단정한 것이 아닙니다. 오씨가 관할 경찰서장을 만났다고 하더라도 서장이 뇌물수수자로 지목된 것도 아니고 어떤 죄가 성립하거나 본사 관여 여부를 밝히는 단서가 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수사과정에서 새로운 혐의가 확인되면 수사필요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혐의가 확인되면 수사필요성을 검토하겠다’는 송부장의 답변은 고발자가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수사를 덮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실제 경향신문 취재결과 송부장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으로 이동한 후 수원지검 특수부는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고 2018년5월 현장소장 임모씨와 로비스트 이모씨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그 사이 송부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에서 특수부 수사라인을 총괄하는 3차장으로 승진했다. 경향신문은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가족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답변을 받지는 못했다.
“오00씨 기억하시죠. 대우건설 로비문건에도 등장하고 실제 2명의 경무관까지 만났는데 경찰로비자금으로 받은 200만원을 생활비로 썼다는 그의 진술을 여전히 믿고 계십니까”“조국 후보자 가족의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계신 듯한데 대우건설 산재은폐 로비수사도 다시 할 생각은 없습니까”“국과수 조사결과를 무시하고 뇌물을 받은 근로감독관 조사결과에 의존해 대우건설에 면죄부를 준 검사들은 어쩌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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