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누출로 곳곳 멈춰선 수소충전소…안전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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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뉴스]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수소인프라 구축 움직임이 활발하다. 전국에 수소충전소 33곳이 설치된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구축한 국회 수소충전소에 이어 한국가스공사 등 11개 기업이 참여하는 수소충전소 특수목적법인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가 구축한 세종청사 수소충전소가 최근 가동에 들어갔다.
국회나 정부청사 등 국가 주요시설에 수소충전소를 운영하는 것은 범정부적으로 추진되는 수소사회 전환의지를 상징한다. 수소 안전성에 대한 국민 우려를 해소하고 충전소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수소경제 기본계획을 수립·시행·점검하는 컨트롤타워인 수소경제위원회는 ‘세계 1위 수소경제 국가' 비전을 담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이어 최근 수소산업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액션플랜을 내놓았다. 오는 2030년 수소 충전소 660기 구축, 수소차 85만대 보급 목표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이런 수소경제의 화려한 모습 뒤에 수소충전소 안전성에 있어서는 빨간불이 켜졌다. 충북 청주 도원수소충전소가 다량의 가스누출로 긴급히 가동을 멈춘데 이어 동일한 설비로 시공된 또 다른 지역의 수소충전소들이 잇따라 가동을 중단했다. 도원수소충전소의 가스 누출이 알려지면서 자칫 발생할지 모를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로 파악된다.
아직까지도 누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수소충전소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된 것은 물론이고, 일각에서 은폐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수소충전소 안전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가스 누출로 가동이 중단된 충북 청주 도원수소충전소.
지난달 초 충북 청주 도원수소충전소에서 누출경보기가 작동될 정도로 가스가 누출되면서 가동을 멈추는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어 이 충전소와 시공설비회사가 동일한 충북 충주 연수수소충전소, 강원 삼척수소충전소가 잇따라 가동을 중단했다.
해당 충전소는 노르웨이 넬(NEL)사가 시공한 설비로 사고 당시 고압의 가스 누출량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운전 중에 수소충전소 시설을 검사할 때는 이상이 없었으나 이후 운영하는 과정에서 이상이 생겨 멈춰선 것이다.
사고가 난 수소충전소는 운영된 지 두 달 정도 밖에 안 된 상태로, 누출이 발생한 용기는 수소충전소 저장용기 중 최고 충전압이 900바에 달할 정도로 고압의 수소를 충전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가스가 누출된 부위는 최근 발생한 노르웨이 수소충전소 화재사고와 동일한 고압용기와 플러그 접합부로 알려졌으며, 고압용기는 미국 CPI社 제품이다. 정확한 누출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미국 CPI社 기술진이 국내에 들어왔으나 아직 현장에는 투입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명피해나 재산손실 등이 없다보니 사고접수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수소안전 전담기관으로 지정된 한국가스안전공사가 현재 사고원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고접수가 안됐더라도 가스가 누출돼 가동이 중단되거나 운전이 정지된 사태를 사고로 본다는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가스안전공사가 이번 사태를 사고로 분류하고 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사고조사를 가스안전공사의 수소안전센터가 아니라 사고조사처에서 담당하게 된 이유다.
이연재 가스안전공사 안전관리이사는 “사고 접수가 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사고로 인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는 충전시스템 운전기록 등 내부적으로 가능한 부분을 조사하고 있다”며 “외국산 제품이다 보니 우리가 직접 설비에 손대기가 어렵다. 미국 기술진이 사고원인 조사를 위해 국내에 들어왔으나 아직 현장에 투입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받았다. 앞으로 이들 해외 기술진과 함께 현장에서 세밀한 조사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연재 이사는 또 “안전성은 수소경제를 뒷받침하는 수소인프라의 절대적 과제다.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사고원인이 정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재발방지 차원에서 원인 파악에 신중을 기해야 해 최종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고압의 가스누출에 따른 인명 피해 등은 없었다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사고접수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수소산업진흥 전담기관으로 지정된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의 조윤성 선임위원은 이들 충전소의 가동중단에 대해 "설비가 고장 난 게 아니라 시설점검과 용량 증대 등 전면보수를 위해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가스누출이 원인이 아니냐는 기자의 물음에 "가스가 누출된 곳은 단 한곳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안전실장을 지낸 국내 고압용기 전문가인 김의수 한국교통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수소충전소가 가동을 중단한 원인으로는 토크불량, 나사부 불량, 오링 불량, 운용상의 문제점 등을 추정할 수 있다” 면서 “정확한 원인은 가스안전공사 및 전문가 합동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어 “현행 외국 공인검사기관의 검사성적서로 검사를 갈음하는 수입제품 검사방법과 수소충전소용 저장용기 안전관리체계에 관한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수소차 보급대수는 4194대, 충전소는 34기다. 수소차는 미국(2089대)이나 일본(644대)보다 많고, 수소충전소는 일본(112기)과 미국(70기)보다 적다. 하지만 올해 들어 증가율은 세계 최고다.
전기차 대비 긴 주행거리와 짧은 충전시간 등 수소차 강점을 살려 대형화물차, 중장거리 버스 등 보급 차종을 확대하고, 구매 보조금 등 재정지원도 늘린다. 수소 시범도시도 울산, 안산, 전주·완주, 삼척 등에 추가해 3기 신도시 5곳 중 2개 내외를 조성해 공동주택 연료전지 발전, 수소충전소 및 수소버스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국가적 과제로 총력을 펼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실현에 신뢰도를 높이고, 속도를 더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수소충전소 가스누출 사고의 정확한 원인 파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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