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의수]중대재해처벌법 환경하에서의 사고조사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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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수 한국교통대 법공학기술연구소장
“경찰의 중대재해 수사업무 전문성 제고
중대재해전문수사관 제도 도입 필요
안전·재해에 대한 사고 조사 및
안전전문가·경찰의 전문성 보완토록
중대재해처벌자문위원회 구성돼야”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무 직접 제공자뿐만아니라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시민의 생명과 신체까지 폭넓게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산업안전보건법과는 달리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분류된다. 그런데 최근 정부에서 제시한 가이드는 대부분이 산안법과 맥락을 같이 하는 중대산업재해와 관련된 부분으로 중대시민재해에 대한 대응 가이드안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아쉽다.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경우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해 발생한 재해로 공중이용시설에 서비스업 5인 미만 소상공인 사업장, 교육시설, 실내주차장 등이 포함되고 택시, 마을버스, 시내버스 등의 공중교통수단이 포함되는데 공중이용시설을 설계·제조하는 주체는 기업이나 설치·관리하는 주체는 공공기관 및 정부부처와 모두 관련이 있으므로 중대재해 발생시 기업과 공공기관, 정부 부처간 책임 소재를 판단키 위한 법적 논쟁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판주의 도입으로 증거중심주의 제도가 정착된 현행 법률체제에서 중대재해 발생시 책임 소재 판단은 매우 중요하며 사고조사를 통한 유효 증거 수집·분석키 위한 기술은 큰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또 각종 안전사고는 물적인 불안전한 상태와 인적인 불안전한 행동 등의 직접적인 원인에서 기인하고 이는 기술적 요인, 인간적 요인, 관리적 요인으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사고 발생 원인을 제대로 규명해 제거하고 개선하는데 있어 사고조사는 동종 사고 발생을 최소화하는데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안전사회 및 안심사회 구현이 화두로 떠오르고 국정과제 우선순위로 자리매김하면서 좀더 전문화되고 체계적인 사고조사와 원인 분석을 통해 사고 원인을 재조명하고 사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을 다시 음미해 사전에 예방대책을 마련함으로써 유사 및 동종재해의 발생을 최소화한다는 관점에서 안전정책 수립 반영을 위한 객관적인 사고조사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도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 등에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과하는 측면에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내용 중 중대재해 발생시 안전사고 유형별 시나리오 도출 및 대응절차 및 방법안 마련과 안전사고 원인 분석을 통한 개선안 도출 및 개선안 이행 확인점검 필요 차원에서 사고조사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안전사고는 고의성 여부에 따라 범죄와 사고로 구분할 수 있으며 사고조사의 목적은 범죄의 경우는 처벌, 사고의 경우는 예방에 있다. 범죄의 경우 책임자 처벌을 목적으로 사고조사가 진행되며 이는 수사 영역 중 하나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사업주 및 경영자가 고의적으로 안전보건 확보 의무에 관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했다는 측면에서 이를 접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고조사는 기계공학, 전기공학, 화학공학, 건설공학 등 매우 다학제적인 전문지식과 경험이 요구되는 행위로 책임 소재의 분명한 판단을 위해서는 사고조사를 통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고원인 규명이 첫번째 필수요소라 할 수 있다.
현행법상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에 대한 수사는 산업안전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키 위해 근로감독관이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전담토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산안법 소관 부처인 고용노동부도 본 법 적용에 자유로울 수 없어 일반 경찰이 많은 부분 직접 산업현장의 안전 및 보건조치의무 위반 여부를 수사하게 될 것으로 사료된다.
이를 위해 현존하는 현장사고조사를 기반으로 한 화재전문수사관 제도와 같이 경찰의 중대재해 수사업무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중대재해전문수사관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며 안전 및 재해에 대한 사고조사 및 안전 전문가를 포함한 경찰의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키 위한 중대재해처벌자문위원회 구성 또한 필요하다.
정확한 사고조사가 정확한 예방활동 및 정확한 판결을 가져올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전문화된 사고조사 기술이 필요하며 이 기술을 향상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연구 및 교육이 반드시 함께 수반돼야 한다.
하지만 사고조사에 대해 국내의 경우 이를 전문적으로 교육받을 기관과 교육커리큘럼조차 부재한 상황이며 기존의 위험성 평가나 고장 분석 등이 같은 맥락에서 사고조사 교육을 대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 한국교통대 법공학기술연구소에서 사고조사 과정을 체계적으로 신설하고 경찰, 소방, 검찰, 변호사, 보험사 등 전문지식이 부족한 사고조사자들에 대해 사고조사와 관련된 지식을 함양시키고 기술을 습득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책임 소재 판단의 첫 단추인 사고조사교육 정착을 통해 잘못된 판단에서 오는 수사와 판결의 오류를 최소화해야 억울한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경우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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