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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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지 않는 산재 사망사고…처벌보다 예방이 먼저다 [연중기획-안전이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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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1년 전문가 평가

2022년 1∼9월 산재 사망 510명
법 없었던 전년比 8명 늘어나
“법 불명확성·집행의지 부족”
안전확보보다 책임회피 골몰

법과 노동, 산업안전 등 각계 전문가들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7일 시행 1년을 맞지만 산업 현장에서의 안전사고 위험성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법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안전사고에 대한 처벌 중심의 법 집행만큼 현장에서의 예방적 조치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1∼9월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는 510명에 이른다. 법이 시행되기 전인 2021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오히려 8명이 증가한 수치다. 법 시행 전후가 거의 차이가 없다.

세계일보가 17일 각계 전문가 15명을 상대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성과와 한계를 물은 결과,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원인으로는 ‘정부의 법 집행 의지 부족’, ‘법 조항 자체의 불명확성’ 등을 꼽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1년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년 뒤인 지난해 1월27일 시행됐다. 법안 심사 과정 당시 경영계가 “이중삼중 과잉처벌”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 날인 2022년 1월 27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는 엄벌주의가 꼽힌다. 산재 예방을 기강의 문제로 인식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데만 골몰했다는 지적이다. 경영진 처벌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도 실제 안전보건 역량을 확보하기보다는 형사처벌을 회피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서류 작업에 매달리거나 거액의 수임료를 들여 대형 로펌을 찾는다는 것이다.

송인택 변호사는 “사고를 줄이거나 예방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국회나 행정부 등 정치인 생색내기에 가까운 법”이라고 비판하면서 “처벌에 집중돼 예방 목적이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나면 처벌한다고 하는데 누가 일 자체를 하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영진 개인을 처벌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니까, 경영진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로펌에 50억, 500억원씩 쓰는 것”이라며 “법적인 접근만 따졌을 때 이게 잘못된 것인지를 한번 생각해봐야 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애초부터 법을 제대로 집행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은 “법이 시행되고 지금까지 단 1명의 기업 경영진도 처벌받지 않았다”며 “빠르게 기소하고 처벌했다면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시그널이 시장에 전해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산업재해 211건 중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현재 31건이다. 이 중 기소로 이어진 사례는 7건에 불과하다.

기소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법 조항 자체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포괄적이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필요한 조치와 예산’,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 등 명확하지 않은 규정이 많아 처벌 수위와 범위가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취재에 도움주신 분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교수 △고윤기 변호사 △권영국 변호사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의수 한국교통대 교수 △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 △문은영 변호사 △송인택 변호사 △이병훈 중앙대 교수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 △장윤미 변호사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뷰 한 15명 전문가 중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명단에 게재하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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