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삼성 불산 누출, 과실책임 7명 입건"(상보)

↑김의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물리분석실 박사가 26일 수원 경기지방경찰청 제2회의실에서 지난달 27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발생한 불산누출사고의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머니투데이

경기지방경찰청은 지난달 27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불산 누출 사고와 관련, 최모 전무(54세) 등 삼성전자 임직원 3명과 최모씨(50세) 등 STI서비스 임직원 4명 등 총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혐의로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은 이날 중간수사 결과를 통해 삼성전자와 협력사인 STI서비스 담당 임직원들이 불산 누출사고 대응 과정에서 설비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주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의무를 충실히 하지 못해 5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관리 감독 책임을 물어 입건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춘섭 경기청 형사과장(총경)은 발표에서 "CCTV 확인 결과 불산누출 원인은 밸브의 이음쇠 부분 씰링(고무패킹) 노후화와 볼트 부식으로 추정하고, 2차 교체한 밸브는 플랜지 연결 볼트의 불완전 체결, 개스킷 삽입 작업 불량 및 재사용으로 인해 불산 누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보충설명에 나선 김의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물리분석실 박사는 "전체 불산희석액 누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유량계의 고장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었다"며 "1차 사고는 부식 등이 원인이었고, 2차 누출사고는 기존에 쓰던 개스캣을 교체한 밸브에도 그대로 사용하면서 비틀어지고 틈이 생겨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사망사고와 관련해 김춘섭 과장은 "사망한 STI서비스 11라인 파트장 박모씨(34세)가 착용한 청바지와 티셔츠 등 모든 의류에서 불산이 검출됐고, 사인은 불화수소산중독으로 판단된다는 국과수의 부검결과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2차 사고 당시 고압의 불산희석액이 밸브의 틈새로 빠져나오면서 이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김 과장은 "CCTV 확인 결과 사망한 박모씨는 28일 오전 12시 13분경 평상복, 평상복과 방독면, 내산가운과 방독면 등 3회에 걸쳐 다른 복장으로 밸브교체 작업에 착수해 오전 3시 21분경 작업을 완료한 후 귀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추가 누출사고 발생을 통보받은 후 박모씨는 오전 4시 36분부터 평상복과 방독면, 방진복과 방독면, 산소통 착용 등 추가로 총 3차례에 걸쳐 다른 복장으로 오전 6시 31분까지 2차 작업을 마무리한 사실을 CCTV 녹화기록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중앙화학물질공급시스템(CCSS)에서 28일 오전 4시 4분경 흄이 발생했고, 오전 5시 52분경 STI서비스 파트장인 박모씨가 소형 배풍기를 설치했으며, 6시 56분경 삼성전자 환경안전팀 소방대원 윤모씨가 CCSS 입구에 대형 배풍기를 가져와 총 9대의 배풍기를 설치해 8대를 가동했다고 밝혔다.

경찰 측은 다만 "이 배풍기를 통해 배출한 것이 불산 가스인지의 여부는 환경부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있으며, 유출량 또한 환경부 사법경찰이 조사 중이라 답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당시 배출된 것은 불산가스가 아닌 중화제를 살포한 후 청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경찰은 이번 7명의 입건 외에도 삼성전자 반도체 담당 사장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으며, 이 사고의 실질적 책임자가 누구인지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수사한 후 입건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경찰 측은 또 늑장신고 여부와 관련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는 28일 오후 1시 56분에 STI 직원이 사고로 사망했다는 첫 보고가 있었고, 경기도 기후대기과는 오후 2시 42분에 불산누출 신고를 접수했으며, 노동부 경기지청은 오후 3시 10분에 불산누출 신고를 접수했다며 신고가 지연된 것을 두고 과실이 있다고 보여도 처벌 근거는 미약하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불산 누출 사고와 관련해 조사 내용, 수사자료, 법률 등을 면밀히 분석, 검토해 추가 입건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삼성전자 불산누출 사고는 지난달 27일 오후 2시 11분경 화성사업장 내 11라인에서 반도체 공정에 사용하는 불산 희석액이 유출되면서 유출방지 작업을 벌이던 삼성전자 협력사인 STI서비스 직원 중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당한 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