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용지물 ‘스마트 상황실’ 뭐길래…

혈세로 만들어 놓고 카톡 쓴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정인균 기자 = 1분1초.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상황 전파와 정보 공유는 매우 중요하다. 큰 재난이나 참사가 발생했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이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던 국립중앙의료원은 몇년 전 '스마트 상황실'이라는 메신저를 만들었다. 스마트 상황실을 만드는 데는 적지 않은 세금이 들어 갔고, 의료원 관계자들은 이것이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그 누구도 스마트 상황실을 사용하지 않았다. 국가 예산을 써서 기껏 만들어 놓았음에도, 모두 사용하기 편한 '카카오톡' 메신저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서 급파된 의료진은 급박하게 움직였고, 중앙 상황실도 여러 상황을 현장 의료진에게 공유했다. 그러나 엇박자는 계속해서 속출했다. 현장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아수라장이 됐고,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이 모든 것이 "정보 공유에 혼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5억 투입

이번 참사 당시 마련된 카카오톡 모바일 상황실에는 300명에 달하는 인원이 있었다. 모바일 상황실이란, 긴급 재난 상황에서 구조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관계자가 공유하는 모바일 정보망이다. 여기에는 보건복지부, 소방관계자, 중앙응급의료지원센터, 재해의료지원팀(DMAT) 등이 초대돼있다. 

이 밖에도 여러 의료계 관련자가 실시간으로 초대됐고, 현장 상황을 업데이트했다. 이들은 나름 노력했지만, 지휘와 현장 인력간의 소통 문제가 발생하며 여러 군데에서 엇박자가 났다. 재난 전문가들은 이것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상황실과 불완전한 소통체계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한, 정부 관계자, 현장 의료진들은 '카카오톡'이라는 민간 업체에 의존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카카오톡은 얼마 전, 먹통 사태를 일으키며 대중에게 실망을 준 바 있다. 먹통 사태 당시 사천칠백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톡 사용자들은 몇시간 동안 메신저를 읽을 수도, 보낼 수도 없었다. 한 재난 전문가 는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만일 이날에도 카카오톡에 치명적인 오류가 생겼다면 희생자는 더욱 늘어났을 것이다"며 "국가 재난에서의 의사소통을 이런 민간 업체에게 의존하고있다는 점이 매우 의아스럽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사례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당시 새벽 1시39분 소방청 중앙구급상황관리센터 소속 직원이 “망자와 관련해 남은 30여명이 순천향병원으로 이송하기로 했다는데 수용이 가능한가?”라고 질문하자, 중앙응급의료상황팀은 “이러지 마세요. 망자 지금 이송하지 마세요. 응급환자 포함 살아있는 환자 40여명 먼저 이송합니다”라고 답변했다.

새벽 1시47분에도 서울 구급상황관리센터 소속 직원이 “사망 지연 환자 이송병원 선정을 요청합니다”라고 올렸고, 중앙응급의료상황팀은 “산 사람부터 병원 보냅시다, 제발”이라고 호소했다.

현장 상황의 전파와 상황실의 지휘가 엇박자가 난 셈이었다. 한국교통대학교 김의수 안전공학과 교수는 “재난 시스템은 정부 주도가 필요하다”며 “이번 참사는 국가적 차원에서 보완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난·참사 등 상황 발생 시 활용 비상앱
2017년 첫선…의료진·소방 인력 몰라

통상 재난이 발생했을 때 역대 정부들은 현장과 상황을 총괄하고, 국가적 차원의 시스템을 마련해왔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정보화팀에서도 재난, 참사 등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활용하도록 만든 것이 바로 스마트 상황실 애플리케이션이다.

재난 의료 지원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 및 중앙응급의료센터 재난 응급의료 상황실, 현장 출동 의료진, 119 간의 상황 업무 공유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사고 발생 지점 및 환자 정보를 등록할 수 있고, 신속한 이송정보 등록과 이동 동선 확인 등이 가능하다.

해당 앱은 2017년 첫선을 보였고, 이듬해 보완 작업을 거쳤다.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기에 약 5억원이 투입됐다.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정보화기획팀의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안정적인 메신저 ▲화상회의 기능 추가 ▲쪽지 보내기 기능 추가 ▲그룹형 게시판을 통한 상황 공유 및 전달 기능 ▲중앙센터, 전국 응급의료기관 및 유관 기관 조직도 기능 등이 주요 사업내용이다.

베타 버전에 이어 본격적으로 알파 버전이 배포된 시기는 2019년으로 올해로 약3년이 다 돼간다. PC 버전과 스마트폰 앱 둘 다 개발됐다. 그러나 앱이 출시된 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앱을 모르고 있는 의료진, 소방 인력도 많다.

스마트 상황실 앱은 미리 등록되지 않는 인원을 추가로 초대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한 현직 소방관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스마트 상황실 자체를 처음 듣는다”며 “국가에서 마련된 다른 관련 앱 등이 있기는 하지만 카카오톡이 훨씬 더 수월하기 때문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애꿎은 세금만 낭비, 확장성 한계 
국가 차원 대책 없으면 혼란 야기

문제는 해당 앱이 국비를 들여 고도화 작업을 했지만, 재난 상황 시에는 사용 빈도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의료센터 관계자는 “스마트 상황실을 동시 가동하긴 하지만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이유는 상용 메신저이기 때문”이라며 “담당자들이 보건소로 출동하는 민간 의료진 같은 경우는 당직자에 따라 수시로 변경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중으로 가동하긴 하지만 속도성 등 때문에 스마트 상황실 앱을 예비용으로 사용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에서도 해당 앱은 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스마트 상황실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이용자 사전 승인 가입 절차가 복잡하고, 확장성의 한계가 있다”며 “카카오톡 내 모바일 상황실을 우선 활용하고 있다. 다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백업, 이중화하고는 있다”고 밝혔다.

국비를 들여 마련했지만 제대로 사용되지 않아, 애꿎은 세금만 낭비한 셈이다.

<일요시사>는 국립중앙의료원 측에 앱 개발에 소요된 예산에 대해 물었으나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초기 개발비, PC 버전, 스마트폰 버전, 베타 버전, 알파 버전, 고도화 작업 등이 이뤄진 것을 미뤄봤을 때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게 뭐야?


신 의원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국가 앱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가 비용을 들여서 대안 앱을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카카오톡이 오류 났을 때 스마트 상황실 앱을 사용하긴 하겠지만 불안정성의 문제가 발생해 이대로라면 앞으로 또 참사가 발생했을 경우 더욱 큰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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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