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원인이 된 장치, 기능적으로 중요하지만 형태적으로 파손에 취약"
[미디어펜=이다빈 기자]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서울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사고가 충분히 사전 예방 가능했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사고의 원인이 된 것으로 조사된 장치가 애초에 파손에 취약한 구조지만 육안으로 파손 확인이 어려워 사전 점검이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사고 후 실시된 코레일의 특별 안전 점검도 사후약방문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코레일 CI./사진=코레일

코레일은 지난 6일 발생한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사고 관련 국토교통부의 긴급 안전권고에 따라 특별 안전 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앞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사고 발생 직후 조사팀을 현장에 파견해 초동 조사를 벌인 결과, 해당 열차보다 4분 앞서 사고 구간을 운행한 선행 열차가 지나가면서 레일이 파손된 것으로 판단했다. 사조위는 사고 열차의 전방 CCTV 영상과 차륜의 충격 흔적 등을 통해 사고 열차가 사고 구간에 진입하기 이전에 이미 선로 분기부의 텅레일이 파손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텅레일은 분기점에서 길을 바꿀 수 있도록 한 레일로 이번 탈선사고의 주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조위는 선행 열차의 전방 CCTV 영상에서는 텅레일의 파손상태가 식별되지 않았지만 선행 열차 운행 전이라도 텅레일에 미세한 균열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위험요인은 사전 진단을 통해 충분히 제거 가능했다고 입을 모은다. 

김의수 한국교통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텅레일은 선로에서 기능적으로 중요하고 형태적으로는 파손·손상에 취약한 여지가 많은 부분이기 때문에 사전 진단이 필요하다"라며 "사전 진단을 통해 예방이 가능한 사고"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텅레일의 파손 원인에 대해 "텅레일은 뾰족한 모양에 기존에 있는 라인에 붙었다 떨어졌다하면서 측면에 하중을 많이 받는다"라며 "불량 자재가 공급될 경우 부족한 강도로 만들어 질수도 있고 이후 열처리를 해 강도·인성을 부여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등 파손이 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요인들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애초에 강도가 부족하거나 열처리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육안으로 미세 크랙 등이 확인이 불가능하다"라며 "이에 파손으로 이어지기 전에 정밀 기계를 이용한 정밀 점검이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이달 말까지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전국의 텅레일을 전수 조사하는 긴급 특별점검을 시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열차 운행 횟수가 많은 경부선 서울역∼금천구청역 구간에 대해서는 내달 16일까지 비파괴검사 전문기관과 합동으로 선로 내부 결함을 검사하는 레일 탐상을 시행한다. 고속열차와 일반열차가 함께 운행하고 운행 횟수가 많은 수도권 지역은 내달 9일까지 국토부, 선로 분야 전문가와 합동으로 특별 안전진단을 진행한다. 

이에 대해서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됐음에도 안전 관리 해이와 사전 진단 부족으로 인한 때 늦은 대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공공기관들이 과거에는 경영효율화를 이유로 안전 관련 예산을 줄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코레일의 경우 약 3년 전부터 안전관리 관련 예산을 꾸준히 늘렸다"라며 "안전 관리 관련 예산을 꾸준히 확보해 둔 상황에서 납득할 수 없는 사고"라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이어 이번 탈선사고가 발생하게 된 이유로 "위험 요소를 판별하는 사전 진단이 잘못 내려진 것으로 보이며 또 기강 해이 등으로 경영상 안전관리체계가 무너진 결과"라며 "예방이 가능한 사고"라고 말했다. 

코레일은 사고 원인과 경위를 조사해 최종 결과가 나오는 대로 근본적인 종합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코레일 관계자는 "텅레일 파손 원인에 대해서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조사 중이며 최종 결과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 영등포역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는 지난 6일 오후 8시 52분께 용산역을 출발한 익산행 무궁화호 열차가 영등포역으로 진입하던 중 객차 5량과 발전차 1량 등 모두 6량이 선로를 이탈하면서 일어났다. 

이 사고로 열차에 탑승한 승객 279명 가운데 34명이 경상을 입었으며 사고를 수습하는 동안 KTX와 새마을호 등 경부·호남선 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서울 지하철 1호선 상·하행선 운행이 한시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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