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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수소차 시대’ 연다더니…아직까지는 ‘비눗물’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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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명 다친 2010년 서울 행당동 CNG 버스사고

2010년 서울 행당동. 버스 한 대가 잠시 출렁이더니 이내 시커먼 먼지를 내뿜으며 폭발했습니다. 이 사고로 행인과 승객 등 17명이 다쳤습니다. 사고 버스는 천연가스(CNG)를 연료로 쓰는 차량이었습니다. 


2010년 서울 행당동 버스 폭발 사고2010년 서울 행당동 버스 폭발 사고


이날 폭발은 천연가스를 압축해 저장하는 내압 용기(고압용기)에서 시작됐습니다. 내압 용기란 기체를 압축해 저장하는 통입니다. 압축천연가스, CNG의 경우 천연가스를 대기압의 200배로 압축시켜 저장합니다.

■ 대기압 200배로 천연가스 압축한 '내압 용기'서 폭발

당시 행당동 버스 사고를 조사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내압 용기를 둘러싼 복합재에 장기간 균열이 생기고 밸브 불량으로 가스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으면서 더운 날씨와 지열, 엔진열 등으로 연료통 내부압력이 올라가 폭발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에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사고 버스가 운행되는 동안 한 차례도 내압 용기를 떼어내 정밀 점검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드러났습니다.

사고 이후 정부가 내놓은 해결책 역시 내압 용기를 얼마나 철저하게 검사하느냐에 방점이 찍혔습니다. 내압 용기에 대한 정기검사를 의무화했고, 점검을 받지 않은 용기는 점검을 받을 때까지 사용을 정지했습니다. 또 특정 기간과 특정 차량에 탑재됐던 내압 용기는 아예 수거해 폐기했습니다.

■ '대기압 700배' 수소차 내압 용기는?

그런데 CNG보다 세 배 더 강하게 압축돼서 사용되는 연료가 있습니다. 최근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고 있는 수소연료입니다. 내용물과 용기의 재질은 다르지만, 기체를 강하게 압축시켜 저장하는 내압 용기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폭발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전국에 1만여 대의 수소차가 운행 중입니다.


수소차 내압용기수소차 내압용기

다행히 아직 사고는 없었지만, 수소차 내압 용기 검사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걸까요? KBS 취재진은 지난 12일 행당동 버스 사고 당시 사고 조사를 담당했던 전 국립과학수사원 김의수 연구원(현 한국교통대 안전공학과 교수)과 함께 서울의 한 내압 용기 검사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해 봤습니다.

■ 전용 검사소 0곳… CNG 검사소 '더부살이'

아직 국내에 수소차 전용 검사소는 한 곳도 없습니다. 취재진이 이날 방문한 곳은 CNG 차량 내압 용기 검사소인데, 수소차도 이용할 수 있도록 복합화해 사용 중입니다. 전국 22곳의 CNG 검사소 중 10곳이 수소차도 이용할 수 있도록 복합화돼 있습니다. 나머지 12곳도 복합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CNG 검사소를 복합화해서 아무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다면 수소차 전용 검사소를 만드는 게 능사는 아니겠지요. 하지만 취재진이 점검해 보니 한계가 있어 보였습니다.


먼저 차량 검사를 위해 사용하는 리프트를 볼까요. CNG 차량은 대형차 위주입니다. 흔히 보는 시내버스 대부분은 CNG 차량이고, CNG 차량 대부분이 시내버스입니다. 그러다 보니 리프트도 기본적으로 대형차에 맞춰져 있습니다. 버스를 얹는 리프트의 좁은 부분을 활용해 수소 승용차를 올려 둡니다. 너비가 안 맞습니다. 이렇게 되면 차량 바닥에 붙어 있는 덮개를 벗기는 일부터 쉽지 않습니다. 좁은 틈으로 손을 넣어 볼트를 푸는 데만 한참입니다.

다행히 교통안전공단 측에서 빠르게 대처해 차량 크기에 맞게 들어 올릴 수 있는 리프트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현재 복합화가 완료된 곳은 일부를 제외하고 1대 이상의 리프트를, 복합화가 예정된 나머지 12곳도 차례대로 리프트를 확보하고 있다고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수소차 내압용기를 완전히 분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긴 막대기를 단 거울을 통해 내압용기 안쪽을 검사해야 합니다.수소차 내압용기를 완전히 분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긴 막대기를 단 거울을 통해 내압용기 안쪽을 검사해야 합니다.

어렵게 덮개를 벗겨냈다면, 이번엔 가장 중요한 내압 용기 검사입니다. 내압 용기 겉면을 눈으로 보고 부식이나 갈라짐, 찌그러짐 등이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용기를 완전히 꺼내서 점검하는 게 가장 확실하지만 현재 출시된 수소차의 구조나 여건 등을 고려했을 때 쉽지 않습니다.

문제는 눈으로 쉽게 보이지 않는 안쪽입니다. 거울이나 내시경을 이용하지만 틈이 너무 좁아 모든 부위를 샅샅이 살펴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검사인 육안검사조차 쉽지 않은 상태인 겁니다.

■ '4차 산업혁명' 수소차에 비눗물 발라 누출 확인

다음은 정밀검사입니다. 내부결함이나 누출 여부를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CNG 용기의 경우 초음파 탐상기를 이용해 용기 내부 결함까지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초음파 탐상기는 용기 재질이 다르기 때문에 수소차 내압 용기에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현재로써 내압 용기의 내부결함을 찾아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비눗물입니다. 비눗물을 표면에 발라 기포가 올라오는지 보고 수소가 새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겁니다. 문제는 용기에 담긴 수소는 그 특성상 항상 아주 적은 양이 투과되는 상태라는 겁니다. 즉 정상적인 범위의 투과인 것인지, 이상적인 수준의 누출인 것인지를 구분해야 하는데, 이는 작업자들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김의수 교수는 "전문 교육을 받은 작업자들의 판단을 신뢰할 수 있기는 하지만, 불합격 여부에 대한 규정화된 판단 근거가 없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수소차 내압 용기에 쓸 수 있는 초음파 탐상기는 현재 개발 중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없는 기술입니다. 현재 교통안전공단이 선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데 2024년이 돼야 연구개발이 완료됩니다. 연구개발 완료 이후 상용화 시점은 아직 불투명합니다.


이 밖에 수소차 보급량이 늘어나 조만간 CNG 검사소 '더부살이'가 어려워질 예정이기도 합니다. 김의수 교수는 2025년이 되면 CNG 검사소도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며, 수소차 전용 검사에 대한 수요도 함께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내수용 수소차 290만 대를 목표치로 세운 2040년이 되면, 승용차를 기준으로 전국에 270개의 수소차 전용 검사장과 천백여 명의 검사 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 "과도한 우려 불필요하지만… 지나친 낙관도 금물"

물론 수소 내압 용기의 경우 철보다 강한 탄소섬유를 사용하고 17가지에 이르는 안전성 시험을 거쳐 "에펠탑을 올려두어도 안 터진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지만, 이는 철저한 관리와 검사를 거쳤을 때를 전제로 한 말입니다.

실제 수소차용 내압 용기에 가혹한 상황을 적용했을 때 폭발에 이르렀던 비공식 실험도 최근 있었습니다. 과도한 우려는 불필요하지만 지나친 낙관도 금물인 이유입니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국회 국토교통위)의 자료에 따르면 수소차 전용 검사소는 내년 울산에서 처음으로 착공해 2023년에야 완성되고, 초음파 탐상기 등 수소차 전용 검사 기술은 2024년에야 연구개발이 완료될 예정입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이 같은 내용을 질의할 예정인 강 의원은 "수소차 확대·보급은 한국판 그린뉴딜의 핵심 과제인 만큼, 안전성 확보를 위해 검사 장비나 검사소 확충이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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