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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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타워] 진실은 침몰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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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은 세월호 4주기였다. 전달 26일은 천안함 8주기였다. 세월호와 천안함은 여러 모로 유사한 점이 많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 꽃봉오리를 채 피우지 못한 다수의 청춘들이 바다에서 희생됐다는 것, 감옥으로 간 두 대통령 집권시 벌어진 대형참사라는 것, 아직까지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 등이 닮았다. 하지만 세월호의 경우 제2기 특별조사위원회가 꾸려지고, 대통령이 직접 철저히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천안함은 그렇지 않다.

돌이켜보건대 이명박정부 시절 KBS는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편을 방영했다가 방통위로부터 ‘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대법원까지 가는 5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방송내용은 부당하지 않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지난달 28일 KBS는 또다시 천안함을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 ‘8년 만의 공개 천안함보고서의 진실’편에선 법정에 제출된 침몰 당시 CCTV 영상이 원본이 아닐 가능성과 전문가의 의혹 등을 추가로 제기했다. 방영 직후 청와대 게시판에 재조사 국민청원이 봇물처럼 터졌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권은 북한에 천안함 폭침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라는 논평을 냈다. 지난해 7주기를 앞두곤 “천안함을 재조사하면 묵과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재조사 기피는 8년전 천안함합조단의 보고서를 확신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당시 여론조사에 따르면 70%가까운 국민이 정부발표를 신뢰하지 않았다. 언론종사자들은 더 의심했다. 국민여론에 힘입어 언론3단체가 ‘천안함 언론검증위’를 구성해 진실규명에 나섰지만 정보 미공개 등으로 벽에 부딪혔다. 검증위는 군이 관련 정보와 인물을 숨김없이 국회와 언론에 공개하고 정당성을 의심받는 민군합동조사단을 해체하는 한편 군 지휘라인에 대해 즉각 수사에 착수하라는 등의 7가지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는 이를 철저하게 묵살했다.

2010년 국방부는 천안함 침몰 원인과 국방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자들에 대해 만화를 활용, ‘물증을 무시하고 추측기사를 쓰는 기자’ ‘사실을 근거로 말하지 않고 억지성 주장과 여론몰이식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자’ 등으로 깎아내렸다. ‘워낙 험한 세상이라 잘못했다간 한방에 가는 수가 있다’고 경고까지 했다.

천안함 뒤에 ‘폭침’이나 ‘피격’ 대신 ‘침몰’이란 용어를 썼다간 ‘빨갱이’니 ‘종북 기자’로 매도당하기 일쑤였다. 게다가 박근혜정부까지 당시 일부 여당 정치인은 천안함을 사상검열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합리적인 의혹을 제기하고 불편한 진실을 밝히려 애쓰는 언론인에겐 인사상 징계 수단을 빌려 재갈을 물렸다. 천안함의 진실은 외면됐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가 박근혜정부 때 평가 이래 역대 최저인 70위를 기록한 점은 이같은 사실을 방증한다.

최근 한 인터넷방송이 당시 합조단에 참여한 한국교통대 김의수 교수의 인터뷰를 토대로 ‘1번 어뢰’의 부식검사 결과가 합조단 보고서에 왜곡돼 실렸다고 보도했다. 그는 1번 어뢰가 바닷속에 얼마나 있었는지 측정하기 어렵다고 보고했는데도, 조사결과보고서엔 1번 어뢰와 천안함 선체 부식 정도가 유사하다고 한 것처럼 썼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덕용 당시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장은 ‘쓸데없는 의심’이라고 했다. 그러나 “완벽한 조사였나”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의심은 또다른 의심을 낳기 마련이다. 이번 기회에 더이상 ‘쓸데없는 의심’을 하지 않도록 진실의 편에서 재조사를 해야 한다.

침몰 순간 함 내 전투상황실에서 당직을 서고 있던 생존자 김윤일씨(천안함 예비역 전우회 부회장)도 최근 “북한어뢰 공격을 100% 확신하지만, 재조사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피폭이 됐든, 충돌이나 좌초가 됐든 작전에 참가한 46용사의 명예는 그대로다. 나라를 위해 순국한 용사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북한에 떳떳이 책임을 묻기 위해서라도 재조사를 해야 한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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